통합자료실

신종 감염병의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환경건강센터 부센터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류현철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COVID-19)의 위험한 영향권 아래 놓였다. 유래 없는 상황이라고들 하고 있지만, 위험의 전조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국내에서도 여러차례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출몰했었다. 사람들은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경험을 쉽사리 떠올릴 수 있다. 당장은 현재 진행형인 질병의 확산을 막고, 의료체계가 지탱할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이겠다. 하지만 이런 여러 차례의 경험이 위기의 순간이 닥치기 전 일상의 시기에는 왜 사회적 뇌리에서 사라져 있었는지 따져볼 부분이다. 일상의 위험관리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비상한 상황에서 공황이 발생하지 않으며,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위기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개학이 연기되고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고 있지만 모든 생산 활동이 중지될 수는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직장과 일터는 감염병의 전파에서 가장 중요한 관리 지점이기도 하다.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콜센터는 물론이거니와 병원과 요양시설도 누군가에게는 일터이자 직장이다. 직장과 일터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어떤 것인가?

먼저,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신종 감염병의 특성상 유행의 초기에는 질병의 특성이나 위험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적극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정리해서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 만이 아니라 사업장 보건관리에 있어서 핵심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유행의 확산이나 부작용을 낳는 ‘인포데믹(infodemic)’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 체계나 공식적인 체계를 통해서 신뢰성 있는 질병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 사업장의 보건관리자나 그에 해당하는 직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질병과 예방법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직장 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노동자들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전파해야한다.

신중하고 사려깊은 정보 전달도 중요하다. 사업장 내에 감염이 확인된 노동자가 있는 경우에도 무차별적인 동선 공개를 통해서 불안을 확산시키거나 낙인찍기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밀접 접촉군이나 위험군이 될 수 있는 경우와 그런 경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조치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서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 19에 대한 사업장 대응 지침을 업데이트하여 전달하고 있다. 사업장의 상황에 부합하는 정보를 잘 추려서 효과적인 전달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여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말을 통한 호흡기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가장 핵심적으로는 적절한 방법으로 손씻기를 일상화하고 기침 예절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마스크의 사용은 환기가 부족한 협소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에 필수적이다. KF94 이상의 마스크는 의심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경우에 필요하다. 대중교통 운전자, 판매원, 역무원, 집배원, 택배기사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KF80이상의 마스크가 적정하다. 밀집하지 않은 야외나 집안, 개별 공간에서는 본인이 유증상자나 밀접접촉자가 아닌 경우에는 대개 마스크는 불필요하다. 작업장 내에서 분진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마스크는 해당 용도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사업장의 예방적 방역을 위해서는 여러사람이 취급하면서 손으로 접촉하는 손잡이나 핸들, 밸브, 버튼 등의 청결이나 소독도 중요하다. 작업자들 사이의 거리가 협소한 경우에 작업 배치의 재조정, 회의나 보고 방법의 변화, 사업장 출장 건강진단의 유예 등등의 관리도 필요하다.

평소 공정이나 작업방식, 작업자의 동선 등에 대한 파악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사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선별검사나 자가 격리 등의 조치가 필요한 인원에 대한 신속한 파악과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감염원에 공동 노출될만한 부분에 대한 효과적인 방역조치도 가능하다. 일터의 위험을 일상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위험성평가라는 제도가 이미 존재하지만, 주로 공정이나 기계기구 사용상의 안전이나 화학물질 노출 등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평가 및 관리가 목적이며 이렇게 신종 감염병과 같은 전 사회적인 보건상의 위기가 닥쳐왔을 경우에 대한 준비는 미비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새로운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위험성평가에는 감염병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질병 위험에 대한 평가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밀접한 접촉이나 비말을 통한 감염병에 대한 관리를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란 고용 상의 위기나 생계의 위협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근태 및 급여와 관련한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아파도 출근해야만 하는 상황은 질병 확산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확진 환자 및 의심 환자들에 대한 고용 및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음을 분명하게 확인해 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조치는 고용형태의 차이(비정규직,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로 인하여 차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감염이 확산되고 전사회적인 문제가 될 경우나 법적인 고용관계가 애매한 경우에 이러한 조치들은 기업의 수용한계를 넘어설 수 있으며 이때는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 등의 정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로나 19를 이유로 무급휴가나 해고, 권고사직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들려오는 반면, 어떤 나라에서는 코로나 19의 유행기간에 해고를 금지한다는 보도도 들려온다. 어떤 선택을 하는 거에 따라서 감염병의 확산시기 뿐만 아니라 감염병이 물러간 이후의 사회의 전반의 건강 수준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차별이나 단절과 배제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더라도 사회적으로는 탄탄한 유대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