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자료실

직업건강협회지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www.kaohn.or.kr/bbs/board.php?tbl=bbs32&mode=VIEW&num=25&category=&findType=&findWord=&sort1=&sort2=&it_id=&shop_flag=&mobile_flag=&view_flag=&seminar=&page=1

근골격계질환의 예방 및 의학적 관리

일환경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류현철

1. 들어가며

전세계적인 질병 부담 연구(the Global Burdedn of Disease Study)는 최근까지도 특정질환으로 인한 장애로 있어 소모된 연수(Years with lived with disability, YLD)에 있어 요통을 포함한 근골격계질환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하고 있다. 직업적 요인으로 인한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편차는 있으나 대략적으로 연간 약 7,000-10,000건 수준의 우리나라의 산재요양 승인 질병재해 중 근골격계 질환이 5,000-6,000여건 내외로 가장 비중이 높다(그림 1).

이러한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의학적 관리를 포함하여 근골격계질환의 예방관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연구가 있었고, 일정수준의 사내 보건관리 역량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적용할 만한 관리체계도 다양하게 제시된 바 있다(표1,2, 그림2), 그러나 많은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증상이 있거나 완전한 치료와 재활이 이루어지지 못한 노동자들이 똑같은 수준의 노동을 감내하도록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근골격계질환은 발병과정에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개입되어 있고, 진단과 치료가 매우 어려워 보이지만, 원리상으로 관리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신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작업부하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적절하게 부하를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며 관리 수단이다. 조기 개입할수록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강도나 업무 부하를 조절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거나 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저런 가이드와 지침은 많지만 근골격계질환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답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일 때문에 발생한 근골격계 증상이 똑같은 일을 계속하면서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답은 없겠으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도 속에서 지켜져야할 근골격계질환의 의학적 관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원칙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근골격계질환의 의학적 관리란 근거에 기반한 포괄적 예방관리 활동

근골격계질환의 의학적 관리라면 대부분 개별 환자에게 임상적 시술이나 치료적 행위를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관리의 기본이 되는 업무상 부담을 줄여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상적인 시술이나 치료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 그러나 의학적 관리란 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작업환경, 노동조건을 고려한 치료, 재활, 복귀를 모두 포함한 예방관리활동을 의미한다. 위험성평가,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조사 등을 포함한 사업장 보건관리를 통해서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1차 예방부터, 진전된 노동자 건강진단 제도와 보건관리체계를 통해 건강문제를 조기 발견해서 치료받도록 지원하는 2차 예방, 적정한 재활과 복귀지원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3차 예방을 포괄해야 한다. 최근에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와 사보험, 의학적 정보의 비대칭성, 산재판정기준에 대한 오해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과잉 진단과 진료를 받지 않도록 하는 4차 예방까지 언급되고 있다(그림 3). 예방과 치료, 현장개선과 제도개선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그림4).

3.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제대로 된 유해요인조사가 되어야 – 1차 예방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별 의미없이 3년마다 인간공학평가를 중심으로 반복하기보다는 작업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한 유해요인조사가 되어야 한다. 이전 조사에서 제시했던 개선책은 제대로 수행되었는지, 당시 조사 시에 증상을 호소했던 부분이 악화하거나 혹은 개선되었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계속하면서 증상이 좋아지려면 작업 조건이 개선하여 건강유해인자들에 대한 노출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비개선을 포함한 인간공학적 개선을 하거나, 인력을 충원하여 작업 물량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도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합리적인 개선방법에 대해 공동 모색하는 것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의 핵심이다. 그야말로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유해요인조사가 되어야 한다.

4. 근골격계질환의 진단과 치료의 원칙 – 2차 예방, 4차 예방

1) 고가의 검사가 아닌 증상과 병력을 중심으로 한 진단

근골격계질환 관리를 위해서 고가의 영상의학적 진단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검사결과에 따라서 치료의 방법을 달리할 것이 아니라면 추가검사는 실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고가검사는 적응증이 아닌 경우에도 고가의 침습적인 치료를 전제로 남발되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 검사로 여겨지는 검사실 검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고 처방도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학적 검사와 병력 확인이다. 또한 과거의 병력과 현재의 증상과의 관련성에 대한 평가와 현재 증상의 발생 요인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대부분의 진단이 이뤄지고 검사실 검사의 경우는 이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여기는 것이 적절하다. 이학적 검사로는 진단이 확실하지 않고 이에 따라 치료 방법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 때, 추정한 진단에 맞춰 치료하여도 치료 효과가 부적절할 경우에는 추가적 검사를 실시한다.

2) 적극적인 통증 관리

근골격계질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통증이다. 급성 통증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하여 만성화되면 결국 움직임과 운동의 제한으로 이어져 다시 근골격계질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 경로를 밟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그림5). 통증을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조기에 다양한 의학적 처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통증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통증 주사로 대표되는 중재 시술치료 또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기능의 제한, 여러 검사를 통한 해부학적 이상 소견에 따라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의 일차적 보존요법과 함께 필요하다면 통증유발점 주사와 같은 비교적 비용부담이 적고 침습성이 낮은 방법을 우선적으로 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치료로도 적절한 효과가 없고 해부학적 손상이 확인되는 경우에 중재적 시술과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물리치료는 통증 완화, 조직 치유 촉진 및 신체 움직임을 향상하고자 하는 등의 목적으로 온열치료, 한랭치료, 전기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견인치료, 마사지, 도수치료 등이 포함되며, 주사치료도 매우 다양한 기법이 소개되어있다. 그러나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치료효과보다는 병의원의 수익성을 중심으로 추천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비교적 저가의 주사치료라 할지라도 정확한 시술을 통해 충분히 통증 완화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과잉 검사와 과잉 치료의 문제는 의료계의 제도 및 관행 개선이 동반되어야 할 복잡한 문제이다. 하지만 최소한 산재심사나 요양과정에서 확인되는 사례들에 대해서라도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물리치료나 주사치료의 주목적은 증상 완화이며 수동적인 물리치료나 단순한 주사나 시술만으로 다시 일터로 돌아가서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부담을 이겨낼 만큼 고유 신체기능을 강화하기 어렵다. 유연성과 근력을 키우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치료가 필수적이다. 수술적 치료를 택하게 된 경우에도 수술 이후에 적절한 재활운동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되면 재발이나 악화를 경험하게 된다.

3) 고유의 신체기능을 강화하는 운동치료가 핵심

근골격계질환은 완치보다는 꾸준히 관리하는 질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근골격계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운동치료이다. 업무시간이나 노동강도를 줄이는 한편 자신의 고유한근력과 신체기능을 강화하는 운동에 기반한 훈련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서 밝혔듯이 흔히 약물, 물리치료, 시술, 통증 주사를 완치법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 수단들은 통증을 줄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통증이 심하면 운동을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증상은 악화되기 마련이기에 여러 방법으로 통증을 줄여주고 단계적 강화운동을 해야 한다. 치료적 개입으로 인해서 통증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면 노동자들은 그동안 수행하지 못했던 업무나 혹은 그로 인해서 받았던 경제적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업무의 부담을 높이는 경우를 흔히 본다. 통증이 경감되고 운동범위가 개선되었다는 것은 완치를 의미한다기보다는 본격적인 운동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통증이 줄어들면 질환이 다 나은 듯이 여겨져 원래대로 일을 하면 증상은 곧 재발하고 악화된다. 이때 급작스럽게 악화된 증상에서 오는 불안감으로 수술이나 침습적 시술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악화된 증상은 약물이나 주사 등을 통해서 통증을 조절하고 업무량을 줄이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기간을 두는 것이 좋다. 한 번의 주사나 시술, 수술로 좋아진다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처럼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여 평생을 관리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수술 이후에 충분하고도 적절한 재활이 필수적임을 꼭 염두에 두어야한다.

4) 운동치료의 원칙

운동치료는 맨 처음 관절가동범위(Range of Motion, ROM)를 확보하는 단계에서 출발한다. 관절의 움직임범위를 검사하고 근육, 건, 인대 등을 신전시키는 운동(스트레칭)을 통해 관절가동범위의 증가, 유연성 유지 및 향상하고 상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트레칭은 정확한 방법으로 평소의 동작범위보다 조금 더(근육의 정상길이보다 약 10%이상) 크게 늘여주고, 반동을 주지말고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아프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다. 다음으로 등척성/등장성/등속성 운동을 통해서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균형감각과 전체적인 근육의 협응과 균형 유지를 증가시키는 안정화를 통해 이전의 신체의 고유기능을 회복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운동치료의 목표이다. 운동치료는 짐볼, 탄력밴드, 밸런스 볼 등 소도구와 트레드밀, 에르고미터 등의 유산소 운동기구와 다양한 근력운동 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초기 증상자의 경우에는 맨손 운동이나 간단한 소도구만으로도 적절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운동치료는 단기적으로 2-3주부터 수개월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업무로 인한 피로감과 단순반복적인 운동에 따른 흥미저하 등으로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분한 동기부여를 통해서 지속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5. 업무관련성 특진과 사업장 복귀 프로그램의 활용 – 2차 예방, 3차 예방

넷째로, 개선된 산재보상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7년부터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업무관련성 특진(특별진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지사에 산재를 신청하게 되면 기존에 해당 지사에서 수행하던 업무관련성평가를 위한 조사를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와 산업위생기사 등 전문가가 수행하여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고비용이 들어가는 MRI 등 진단과 경과확인을 위해 필요한 검사나 증상의 악화를 막기 위한 치료까지도 특진 제도를 활용하면 신청인의 부담 없이 산재보험에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환의 초기에 산재신청을 하고 특진을 통해서 과도한 진단비용과 과잉진료 대신 적정진료와 재활중심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요양종결 이전부터 단계적인 직장복귀 프로그램을 통해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원직 복귀를 도모할 수 있다.

6. 인식의 전환 - ‘건강’을 중심에 둔 접근

복지안전망이 부족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야만 생계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시간급을 중심으로 편성된 임금체계 아래에서 적정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불사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노동시간을 잠시 줄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그만하고 쉬라거나 작업을 전환하라는 ‘원칙적으로만’ 올바른 이야기 역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그들에게는 직장 안에 있는 위험요인보다는 직장 밖으로 내몰리는 빈곤과 실업과 해고가 더 큰 건강유해요인이 된다. 일 좀 그만하고 쉬라는 의사의 솔직한 조언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반대로 노동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활용해서 고비용의 과도한 검사나 시술을 남발하는 것은 건강 저해요인이 되기까지 한다.

근골격계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급여와 이윤이 아닌 ‘건강’을 중심에 두고 당사자들을 잘 설득해야한다. 증상이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잔업이나 특근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몸과 건강에 시간을 투자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통증을 참고 견디다가 도저히 못 참을 만큼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주사 한방으로 해결하려 들면 이미 늦으며 당장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건강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사업주 측에는 숙련되고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 골병으로 현장에서 밀려나가도록 방치하는 것보다는 시설개선에 투자하고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노사 모두에게 매일 오분이나 십분간 꾸준하게 수행하는 스트레칭이 얼마나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지 알리고 휴식시간을 늘이고 그 시간만큼은 반드시 건강을 위한 스트레칭에 투자하도록 유도해보는 것도 출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근골격계 증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감이 중요하다. 근골격계질환은 노동과정 자체가 유해인자이기에 없애거나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모색을 통해 그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시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대부분 근골격계질환은 만성적 경과를 거치며 만성화된 통증은 심리적인 문제와 부결된다. 고통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려는 노력 자체가 근골격계질환의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